본문 바로가기

경제 트랜드와 금융 이야기

오픈소스 AI 시대, 공짜 육수의 함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 주권’이다

반응형
SMALL

요즘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합니다. 사람들은 전기차와 로봇, 인공지능 얘기를 일상처럼 나누고, 스마트폰 속 AI 비서가 부르면 대답도 척척 해줍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이 AI라는 세계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 변화의 한복판에서 과연 누가 웃고 있을까?

 

최근 중국의 ‘딥시크’라는 기업이 AI 오픈소스를 공개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세계가 깜짝 놀랐습니다.
‘공짜로 좋은 걸 풀어준다니, 정말 좋은 시대구나’ 싶었지요.
하지만 세상에 정말 아무 대가 없이 좋은 것을 내놓는 경우는 드뭅니다.
겉으로는 공짜 같아 보이지만, 그 안에는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오픈소스라는 개념 자체는 멋집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들여다보고, 고치고, 자기 것으로 쓸 수 있습니다.


예전에 프로그래밍을 조금 배울 때,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실력이 쑥쑥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 세계의 똑똑한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거대한 협업, 그런 그림을 떠올렸지요.

하지만 AI의 오픈소스는 약간 다릅니다.
코드 몇 줄을 고쳐 쓰는 정도가 아니라, 어마어마한 데이터와 천문학적인 계산이 필요한 세계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코드를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육수’를 한 국자 떠주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진짜 비법 - 수십억 개의 데이터, 수백억 원의 인프라 투자, 고도의 학습 기법 - 이런 건 절대 주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라면 한 그릇 끓이는 비법을 알려준다고 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완성된 육수만 줍니다.
면 삶는 법, 스프 만드는 법, 심지어 불 조절하는 방법까지 비밀로 해버리는 겁니다.
우린 그냥 주어진 육수에 이것저것 넣어보며 겨우 다른 요리를 만들어낼 뿐이죠.

그럼 왜 이렇게 육수만 주고 비법은 숨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판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혼자서 작은 가게 하나 여는 것보다, 시장 자체를 어마어마하게 키워서 거기서 20%, 30%만 가져와도 이익이 훨씬 크거든요.
한마디로, '시장 전체를 키운 다음, 가장 맛있는 조각을 가져가겠다' 는 계산입니다.

 

만약 AI 시장을 하나의 도시라고 생각해봅시다.
지금은 집 몇 채밖에 없는 조용한 동네입니다.
그런데 오픈소스 AI를 풀면, 누가 들어오든 집을 지을 수 있게 됩니다.
식당, 병원, 학교, 놀이터가 세워지고, 사람들도 몰려듭니다.
그리고 결국 그 도시에 가장 큰 백화점 하나를 차리는 거죠.
모든 사람들이 그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고, 놀고, 먹고 마시게 됩니다.
그 백화점 주인은 누굴까요? 당연히 처음부터 판을 깔아준 그 기업입니다.

그래서 딥시크든 메타든, 심지어 미스트랄 같은 유럽 회사들까지, 너도나도 오픈소스 AI를 들고 나오는 겁니다.
중동 지역을 겨냥한 아랍어 AI, 인도를 위한 힌디어 AI…
이제는 언어별, 지역별로 AI 패권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떨까요?
조금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AI를 가져다 쓰는 데는 익숙해졌지만, 정말로 ‘우리 손’으로 끓인 육수는 드뭅니다.
남이 만들어놓은 AI를 갖다 쓰다가, 어느 날 갑자기 라이선스 비용이 확 오르면?
'아, 우리가 너무 의존했구나' 하고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사실 비슷한 경험을 우리는 이미 했습니다.
앱스토어 수수료 문제, 글로벌 클라우드 요금 인상…
처음에는 자유롭고 저렴하던 것들이 어느 순간 족쇄처럼 변해버리는 걸 우리는 이미 겪었죠.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닙니다.


이제는 전기처럼, 물처럼, 생활 전반을 지배하는 기반 인프라입니다.
그걸 남에게 의존한다는 건, 수도꼭지를 남이 틀었다 잠갔다 하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요즘 많은 나라들은 ‘AI 주권’이라는 말을 꺼냅니다.
자기 나라 AI는 자기 손으로, 자기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프랑스, 독일, 일본, 심지어 중동 국가들까지 AI 자립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다행히 월드베스트 LLM 프로젝트 같은 걸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산 AI를 세계에 알리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공개’하는 걸 넘어서,
진짜 제대로 끓인 육수를 우리 손으로 만들고, 그 비법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AI 시대는 영어만 잘한다고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이제는 다양한 문화, 다양한 언어를 포용하는 AI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가진 기술력에 이 방대한 데이터와 문화를 엮어낸다면,
우리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진짜 시장을 움직이는 플레이어가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 모든 이야기는
"공짜 육수는 없다"
는 아주 단순한 진리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육수, 좋은 레시피는 결국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다른 나라가 끓여준 육수에만 의존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맛에 길들여지고, 가격이 오르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야 하겠지요.

조금 힘들더라도, 지금부터 우리만의 비법을 키워가야 합니다.
그래야 이 거대한 AI 전쟁터에서도
당당히 우리의 요리를, 우리의 가치를 지킬 수 있을 테니까요.


(끝)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