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바다 밑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자원 전쟁
"세상을 지배하는 자는 결국 자원을 지배하는 자다." 이 말은 더 이상 땅 위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이제 그 싸움은 바다 밑 6000m 심해로 번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희토류를 둘러싼 갈등을 넘어, 해저 광물 자원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치열한 싸움 속에서 우리 대한민국도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1라운드: 희토류 전쟁의 서막
미중 갈등의 도화선이 된 것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대중 무역 제재와 이에 대한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였습니다. 당시 중국은 세계 희토류 공급의 80% 이상을 점유하며 전 세계 산업계를 좌지우지했고, 미국은 이 리스크를 정면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미국은 희토류를 비롯한 광물 자원 생산 확대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하며 대응에 나섰죠.
하지만 이제 싸움의 무대는 육지가 아니라 바다가 되었습니다.
2라운드: 해저 광물 자원을 둘러싼 격전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 그 심해에는 육상보다 훨씬 풍부하고 순도 높은 광물 자원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망간단괴'입니다. 이는 니켈, 코발트, 망간, 구리, 희토류 등이 집약된 금속 덩어리로, 수심 4000~6000m 해저 평원에 널리 분포돼 있습니다.
특히, 하와이 남단에서 멕시코 사이에 있는 '클라리온-클리퍼턴 해저 지역(CCZ)'은 세계 최대 망간단괴 매장지로 꼽힙니다. 이곳에 매장된 코발트는 육상 자원의 6배, 니켈은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중의 전략: 각자의 방식으로 해저로 향하다
- 미국은 NOAA(국립해양대기청)를 중심으로 민간과 군을 아우른 광물 채굴 시스템을 추진 중입니다. 행정명령을 통해 심해 자원의 신속한 개발, 군사적 활용 가능성 검토, 생산 확대를 위한 자금 투입 등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중국은 2016년 시진핑 주석의 지시 이후 본격적으로 심해 기술을 집중 개발해왔습니다. 중국은 국제해저기구(ISA)가 발급한 31개 탐사 면허 중 5개를 확보해 가장 많은 탐사권을 가진 국가이며, 마리아나 해구까지 잠수 가능한 자체 제작 잠수정 기술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ISA의 예산과 운영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 무대에서도 한발 앞서가고 있습니다.
국제법과의 충돌: 해양법 유엔 협약 vs 미국의 독자법
심해 광물 개발의 가장 큰 변수는 ‘법적 소유권’입니다. 심해는 국가 주권이 미치지 않는 공해로 규정되며, 자원은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UN 해양법 협약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고, 대신 자국법(DSHMRA)을 통해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즉, 미국과 ISA의 해저 자원 개발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죠.
🇰🇷 한국의 위치: 새로운 기회의 물결 위에 서다
놀랍게도 우리나라는 현재 총 11만5000㎢에 달하는 심해 탐사권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반도 전체 면적보다 넓은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다음과 같은 강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태평양 및 인도양에 걸쳐 5곳의 독점 탐사 광구 보유
- 망간단괴, 망간각, 해저열수광상 등 3대 심해 광물 자원에 모두 탐사권 보유
- ISA 이사국으로 5회 연속 주요 투자국 그룹 참여
- 심해 채굴 기술 세계 5~6위권
이는 일본, 중국, 러시아와 함께 이 세 가지 자원에 모두 탐사권을 가진 소수 국가라는 점에서 매우 전략적입니다.
환경 논란과 상업 채굴의 현실화
해저 광물 개발은 환경 단체 및 유럽 국가들의 반대에 직면해 있습니다. 해저 생태계에 대한 장기적 피해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상황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2021년, 캐나다의 '메탈스 컴퍼니(TMC)'와 태평양의 섬나라 나우루는 상업적 채굴 절차 개시를 선언했고, 2026년부터 본격 채굴을 목표로 ISA에 신청할 예정입니다. 이는 상업 채굴 시대의 서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도 ISA가 별도 규정을 마련하지 않으면 자국 탐사 지역에서 독자적인 채굴을 강행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전략은?
- 법적, 외교적 다변화: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와 동시에 ISA 이사국으로서의 영향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 기술 개발 투자: 채굴 장비, 환경 보호 기술, 광물 정제 및 가공 분야에 적극적 투자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 공공-민간 협력 강화: 민간 기업의 상업적 진출을 위한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합니다.
- 국민 인식 제고: 환경 보호와 자원 확보라는 균형점을 잡기 위한 공론화 과정도 병행해야 합니다.
📝 마무리: 질서의 전환기, 한국의 기회
지금 세계는 새로운 자원 패권 전쟁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해저에서 맞부딪히는 이 시대에,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전략적 사고와 실행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독점 탐사권과 기술력이라는 자산을 지렛대 삼아, 해저 광물 전쟁의 수혜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우리는 맞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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